뭔가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저의 마음은 비명을 지릅니다. 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고통을 견디며 남은 시간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요. 그럴 거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 없는 인형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언덕에 펼쳐진 초원을 볼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새 둥지를 보면서 즐거워 하는 일도, 커피의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 세상의 빛 하나하나와 닿는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 마음은 비록 슬픔에 못 이겨 피를 흘리고 있지만 그것마저 살아 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증거로 여겨집니다.

 

 

감사와 원망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일까요? 하지만 저는 생각합니다. 분명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훨씬 전에 사라진 인간 아이들도 부모에 대해 비슷한 모순을 안고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사랑과 죽음을 배우면서 자라고, 세상의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 언덕의, 당신의 백부가 잠든 옆에 저는 구덩이를 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눕히고 이불을 덮듯 흙을 덮으려고 합니다.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세우고, 우물 옆에 피어 있던 풀꽃을 옮겨 심으려고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당신에게 인사를 하러 가겠죠. 그리고 저녁이면 하루 동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고하러 갈 것입니다.

 

 

- 양지의 시, 오츠 이치